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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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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변해야 국민도 산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종흡

  의회의 역사는 개혁의 역사이며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있어서나 계속된 과제이다. 의회제도의 모국인 영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국왕과의 투쟁 속에서 일찍이 의회주권을 확립하였고, 제도적으로는 토론이 활성화된 본회의 중심제라는 오늘날의 웨스트민스터식 의회제도를 꽃피우게 되었다. 1789년 출범한 미국 연방의회는 그 후 철저한 권력분립 원칙하에서 영국식 운영제도를 탈피하여 분권적 위원회중심운영이라는 독특한 의회제도로 발전시켰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제도상의 변화과정을 겪었다.
 
  각국에서 전개된 의회개혁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개혁 방향의 시대적 흐름은 크게 보아 두 개의 이념적 축을 중심으로 변동하는 펜듈럼(Pendulum)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국가권력의 중심축이다. 이 권력의 축은 학자들 간에 흔히 거론되는 이른바 의회의 중심성(centrality of parliament) 또는 반대로 의회의 쇠퇴나 몰락(decline or fall of legislature)에 관한 논의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국가권력의 축이 의회 쪽으로 기울거나 혹은 중심축의 좌우에 의회와 집행부가 최소한 균형을 이루는 경우에는 의회 개혁의 방향은 의회가 정치체제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는 곧 의회가 정치의 중심 무대가 됨을 의미한다. 영국과 미국 의회의 개혁은 끊임없이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와는 반대로 권력의 중심축이 집행부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에는 의회의 권한과 역할이 가급적 제한되거나 축소되는 방향으로 의회개혁이 추진된다. 한국의 유신에서 제5공화국 정권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국회개혁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방향에서 추진된 부분이 많다. 회기의 축소, 발언시간과 토론의 제한, 국정감사의 폐지, 의사절차의 간소화 등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축은 기능적 축이다. 이 기능적 축은 위에서 설명한 권력 축의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학문적 용어를 빌리자면 기능 축이 단 기능 방향으로 기우는 경우 의회는 현실적으로 주어진 기능 예컨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나 예산안을 처리하는데 만족하고 더 이상의 제도개선에는 소극적인 데 반하여, 다 기능적 방향으로 축이 설정되는 경우에는 의회개혁은 기능 영역의 확장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전자의 예는 이른바 제3세계 의회에서, 후자는 영국과 미국 등 선진의회 개혁에서 볼 수 있다. 20세기에 이루어진 양국 의회개혁 추진 방향의 핵심은 급속히 비대해지는 행정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의회의 행정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의회가 입법기능에 더하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도록 구조개선을 하는 것이었다. 영국 의회에서는 정부감독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종래 법안심사만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 이외에 각 행정부처를 맡는 부처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으며 미국 의회의 경우도 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rganization), 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 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OTA(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등 전문적 의회 지원기구를 설치함으로써 실질적인 기능 보완을 꾀하였다.
 
  우리는 국회 개원 70년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대표기관과 입법기관으로서 우리 국회가 보여준 역할과 위상에 대하여 혹자는 건국 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하는 측도 있는가 하면, 혹자는 특히 유신 이후 퇴보의 길을 걸어왔다고 혹평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평가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주목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국회는 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인상으로 각인된 국가기관으로 되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는 민주성보다는 능률성이, 토론을 통한 신중한 처리보다는 신속한 처리를, 타협과 협상보다는 힘에 의한 밀어붙이기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리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국회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강력한 행정부와 비민주적인 조직과 운영체계를 가진 정당들 사이에서 일종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흔히들 선진 의회의 전형적인 예를 들라고 할 경우 영국의회와 미국의회를 대표로 든다. 어떤 학자는 영국 의회를 경기장형(arena) 의회, 미국의회를 변형적(transformative) 의회라고 하면서 의회분류의 양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경기장형 의회는 모든 국정논의가 의회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토론이 활성화된 의회를 뜻하며, 변형적 의회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적시에 의회에 수렴되어 입법으로 정책화되는 의회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회의 모습은 이 중 그 어느 모델에도 접근하지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여하튼 우리 국회는 긴 미로를 지나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였다. 21세기에는 새로운 정치, 새 모습의 국회로 거듭나야 될 때가 되었다. 정치의 장인 국회는 국가의 정책 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 대표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국회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 선진적인 모습으로 우리 국회를 바꾸려면 우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발상의 일대 전환을 하는 것에서 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국회의 개혁 작업은 정당의 이해득실이나 집권세력의 정략적 차원을 넘어 그야말로 21세기에는 반드시 선진국 의회로 도약하겠다는 순수한 입장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국회가 정치체제의 중심에 서서 제구실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에서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첫째는 국회의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회 내부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다. 국회 내외의 많은 사람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 오고 있는 민주 국회, 개방 국회, 전문 국회, 저비용 고효율 국회, 투명 국회, 토론 국회 등과 관련된 개혁논의들은 모두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국회의 기능을 저해하는 환경적 요인을 개선해 주는 일이다. 흔히들 정치개혁의 4대 과제로 국회개혁과 함께 선거개혁, 정당개혁, 행정부개혁을 들고 있으며, 국회개혁은 이들 개혁과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선거는 국회 구성의 원천이며 정당과 행정부는 국회 기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환경요인이다. 따라서 국회개혁 문제는 선거․정당․행정의 개혁문제와 함께 병행하여 입체적으로 추진될 성질의 것으로 생각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회에 대한 개혁논의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환경개선 문제가 더 본질적이고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혁의 기본원칙은 국회의 개혁이 왜 필요하며 어떠한 정치이념이나 철학적 기초 위에서 출발하여야 하는가 하는 개혁 논리의 대전제를 의미한다. 21세기 국회의 미래는 다음에 열거하는 몇 가지 상반되는 기본 명제 간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는 국회가 국가 정치체계의 중심축이 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주변적 기관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이른바 중심성(centrality)과 주변성(periphery) 논쟁 간의 선택이 필요하다.
 
  둘째는 국회가 특정 지역을 대변하는 지역 정당 소속 의원으로 구성될 것인가 아니면 국민 일반의 이익을 굴절 없이 대표할 수 있도록 대의 기능 수행능력을 개선할 것인가? 이른바 대의의 지역성(parochial)과 보편성(communal) 간에 명백한 선택이 필요하다. 선거법을 개정할 경우 대의 기능의 보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는 국회 운영 행태에 있어서 국회의 자율이 존중되고 공정한 게임 룰이 지켜지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방치해 둘 것인가 하는 이른바 정상(normal)과 변칙(anomaly) 간에 단호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러한 우리 국회의 미래상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는 20대 국회 후반기부터라도 당장 다음과 같이 국회가 변해 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1. 국회를 「정상적인 국회」로 만들라.
 
  이 일이야말로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정해진 의사 절차에 따라서 모든 국회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헌정사는 한마디로 파행운영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바로 이 점이 국회의 신뢰를 떨어뜨린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야의 극한대결 속에서 빚어지는 공전과 파행사태가 최근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국회의 변칙적 운영 실태는 과거 이른바 민주화 투쟁 시절 권위주의 정권의 독주와 이에 대한 야당의 저항이 불가피했었던 때라면 몰라도 지금에 와서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는 전후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회 내에서 농성이나 난투 등 물리적 충돌이 적지 않았으나, 1965년 이후 여와 야의 세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당은 야당의 협력 없이 법률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야당의 전략도 물리적 저항보다 우보전술과 같은 평화적 수단으로 변화되었다.
 
2. 국회를 「일하는 국회」의 모습으로 바꾸라.
 
  국회는 늘 열려있어야 하고 국회의원은 매일 일에 여념이 없어야 한다. 국회가 필요한 때 열려있지 않거나 국회의원이 항상 놀고먹는 듯이 하는 직업으로 비친다면 이 또한 국민에게 불신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우리 국회의 회기제도가 미국․영국 등 많은 선진 의회처럼 연중회기제도를 택하고 있지 않은 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회기 동안 공전하는 경우가 흔하고 또한 소수 정당대표 간의 줄다리기 협상에 시간을 다 소모한 다음 정작 있어야 할 위원회와 본회의에서의 심사는 형식에 그치는 국회의 운영행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실상은 국회법에 보장된 정례회의 조차 잘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 국회를 「토론이 있는 국회」로 만들라.
 
  토론이 없는 의회는 죽은 의회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 국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토론의 실종에 있다. 위원회에서의 토론은 본질 밖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고, 본회의에서의 토론은 아예 찾아보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모든 의안을 처리함에 있어서 입장과 이해를 달리하는 여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신중하게 심사가 이루어진다면 소수가 수긍하는 다수결의 원리가 정착될 것이고 다수파의 강행과 소수파의 실력 저지와 같은 불상사는 없어질 것이다. 법률안이나 예산안을 충분한 토론 없이 이를 추인하는 형식적인 기관에서 탈피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4. 국회를 「열린 국회」로 만들라.
 
  열린 국회의 의미는 두 가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국회의 활동 내용이 일반에게 투명하게 비치도록 함으로써 국회와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의 심사과정에 시민의 참여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회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시민의 입법과정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청회와 청문회가 모두 활성화될 수 있게 하려고 현재 별개의 제도로 분리 규정되어 있는 공청회와 청문회를 미국 의회처럼 하나의 제도로 통합하고 개최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 종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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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흡 이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성균관대 행정학박사
국회입법차장(前)
공주대 객원교수(前)
現 수필가 시인
 
등록일 : 2018-08-27 10:25 | 조회: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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